오랫만에 오는 천호동
어제밤 퇴근길 차안에서
“내일 천호동에 ABC 마트라고 하는데,
천호역 근처에 있다고 하네”
“어? 그럼 선생님,
굳이 선생님이랑 만나서 오지 않고
제가 바로 그리로 가겠습니다.”
“그래 니 편한대로 해.”
몽촌토성도 그렇고 강동근처는 많이 가봤기에,
차편도 어느정도 익숙하고 지리도 익숙하다.
사실 강동하면 떠오르는게 잠실, 천호 이 두군데인데
잠실은 자주갔지만 천호는 그다지 많이 안가봤다.
그래도 천호동에 ABC 마트가 생긴다고 했다고 할때부터
바로 천호동 번화가(로데오 거리) 라는걸 직감했다.
빠른 조치 필요
천호동 로데오거리 입구를 지나니 바로 얼마 안가서,
ABC 마트 오픈할꺼라고 크게 써있어서,
‘저기 였구나’
했다.
알아보기 쉬워 좋구나 하며,
향해 가는데, 바닥을 보니 점자블록이 하나 빠져있다.
어떤 이유에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유지보수 작업을 해줬으면 좋겠다.
일반 평범한 사람에게 있어 단순한 점자 블록이 될수 있지만,
몸이 불편한 장애우들에게 있어,
큰 도움이 되는 혹은 없어선 안될 큰 도우미다.
내가 아는 바로는 시각장애인의 경우
지팡이를 들고 바닥을 대며, 바닥에 새긴 점자블록으로
방향이나 위험요소 인지등을 하시는걸로 알고있다.
그 사람들은 저 점자블록 하나를 의존하고
길을 걸어갈수도 있다.
그런 소중한 안내 문구가 저렇게 빠져 있다는것은 매우 유감이며,
혹여나 저런 허술한 길때문에 자칫 사고로 이어질수 있기에,
빨리 대응해주길 바란다.
ABC 마트
현장에 제일 먼저도착한 사람은 당연히 나다.
뭐 나야 항상 출근시간이 빠르니까 1등은 무조건 나지 ㅎㅎ.
근데 합판으로 만든 임시문에 자물쇠를 걸어놔
들어갈수가 없었다.
‘아, 들어가서 미리 좀 보고 싶은데…’
괜한 조바심에 선생님께 전화를 드린다.
“선생님, 저 지금 현장에 왔는데,
여기 임시문 만들어져있고,
거기에 자물쇠로 락 걸려져 있는데,
비번 알아내야 할거 같아요.”
“어 알았어.
나도 금방 도착하니까, 일단 기달려봐.”
일단 거리에 벤치가 있어 앉아서 로데오 거리를 구경한다.
거리는 밝지만 시간상으로는 다소 이른 새벽이다.
6: 30쯤 이니까..
근데 먹자 골목이라 그런지 이런시간까지 술먹고,
집에 가겠다고 노는 친구들이 거리에 몇몇 보인다.
ㅎㅎ.
나도 저런때가 있었는데.
「그래, 실컷 놀아. 노는게 남는거다.
나중에 열심히 살면 돼지.
걱정말고 청춘을 즐겨라」
나도 아직 젊지만 20대 초반 한참 놀고싶은 나이때의 친구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생각도 젊어진거 같다.
그렇게 이곳저곳 앉아서 편하게 구경하다 보니,
선생님이 오시고 일단 밥을 먹으러 갔다.
데모도 한분 더
오늘 현장은 선생님이 맡아서하는 현장이 아닌,
다른 오야지가 날일로 선생님을 부른거다.
선생님도 오늘 오야지를 처음뵙는거라 스타일을 잘모르시기도 하고,
어떤식으로 일하시는지 잘 몰라.
일단 현장을 이곳저곳 보시면서 작업지시 내용,
그리고 타일이 들어갈 곳등을
예의주시 하시면서 오야지와 이야기를 나누셨다.
“ABC 마트 가보셨으면 알겠지만,
여기 나무 합판쳐놓은곳 보면 신발들 쭉걸려져 있고,
바닥 구석으로 부터해서 사선을 스뎅으로 나눠서
마루타일로 한쪽 마감하고….”
“네.
….
근데 이거 600각 짜리가 두개가 있네요?”
“아, 그거 회색하고 하얀색 있는데,
여기 도안 보면…
이렇게 앞쪽 입구 들어오는곳부터해서 반정도 나눠서 한쪽은 회색,
한쪽은 흰색으로 요렇게 처리 해주시면 되는거예요.”
“네.
아.. 이거 쉽지 않네.”
선생님은 만만치 않겠다라는 표정으로
도안과 바닥을 보시면서 고개를 갸우뚱하셨다.
“어떻게 얼마나 걸릴거 같아요?”
“아… 글쎄요..
이거 ABC 마트는 해본적이 없어서.
근데 보니까 적어도 3일 아니.. 4일 모르겠어요.
뭐 해봐야 아는거니까요.”
“네, 알았어요.
그리고 여기 앞에 들어오는 입구쪽에 기둥있으니까,
기둥쪽에도 붙여야 돼요.”
그렇게 오야지는 선생님과 함께
이곳저곳 작업관련된 지시사항 및 문의를 하셨다.
“이렇게 해주시면 되시고,
내가 데려온 친구 있으니까 이친구랑 같이 일해주시면 되요.”
“기술자예요?”
“아니, 함빠정도되요.
그래도 조금 붙일줄 알고 메지 다 넣을줄 아니까..
하시면서 잡일 있으면 같이 시키셔도 되고”
“알았어요.”
“난 또 다른현장일이 있어서 여기 오래 못있어요.
좀 있다가 그리로 갈테니까,
오늘 세분이서 작업해줘요.”
이렇게 오늘 전체적인 작업지시가 떨어지고,
본격적으로 일이 시작됐다.
“여기 시멘트들…
아니다.
레미탈만 저 앞에 입구쪽에다가 세워놔.
그리고 여기 다 치우고 바닥도 쓸고.
아저씨랑 같이 치워라.”
“네, 선생님.”
오야지와 같이 오신 반장님과 함께
일단 물건부터 치우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전체적인 수평을 보시면서
이곳저곳 바닥을 재보시곤 하셨다.
“이리와서 먹줄 좀 치자.”
“네, 선생님.”
이렇게 현장에 들어와서 초기 시공 단계에는
항상 무슨일을 하다가 먹줄 튕기는데,
이번 현장을 유독 나나메(사선) 진곳도 있고,
바닥 타일 까는데도 몇종류로 깔고 그래서 그런지
먹줄 튕기는게 평소보다 잦은거 같았다.
“이제 저 아저씨 보고 하라고 하고,
압착부터 개야겠다.
뒤에 물받는곳 있으니까 가서 물부터 받고”
“네, 선생님.”
그래 이거야
뒤에 화장실을 가보니,
이런 식의 호스가 있었다.
수도 구찌에다가 꽂고 돌려서 조이면
물 안새고 호스로 잘 받을수 있을꺼 같다.
그래, 이거만 있으면 어떤 구찌든 다 맞을거 같은데.. ㅎㅎ
역시 현장 이곳저곳 다니다 보면
못보던 새로운 것들이 있어 신기하거나
뭔가 새롭게 배우는게 있어서 좋다.
이 현장에 와서 벌써 뭔가 하나 큰 팁을 얻은거 같아 기쁘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호스길이가 너무 짧아,
우리꺼로 대체 했다.
비록 저것을 못썻지만
일단 저런게 있다는것을 알았다는것 만으로도 유레카다. ㅎㅎ
내가 할께요
압착을 한통 개고나서,
평소대로 선생님쪽으로 가
압착을 퍼드리고 바닥에 고데질을 하려고 하는데,
오야지가 끌고온 반장님께서
“내가, 내가”
하시며 고데를 잡으셨다.
오야지의 반장님이 하신다고 하니,
주저 말고 양보했다.
얼굴 생김새도 그렇고,
말도 살짝 어눌한게 우리나라 사람은 아닌거 같았다.
(이하 외국 반장님으로 칭함)
“네, 그럼 제가 저기서 타일 날를께요.
옆에서 선생님 거들어주세요.”
외국반장님은 알았다고 하시며,
선생님옆에서 압착을 퍼드리며, 데모도를 하기 시작하셨다.
난 타일을 까며, 깔게될 수량을 짐작으로 파악해,
벽쪽에다 조심조심히 세워놓았다.
내 그럴줄 알았다
난 시멘트와 타일을 날르면서 생각했다.
‘오늘 외국반장님 한 소리좀 들으시겠네. ㅋㅋ’
지금 나말고 노가다판에서 조공으로 일하시는분들은 어느정도 경험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기술자들중 일하면서 부드러운사람은 드물다. ㅎㅎ
선생님도 그런 분들중에 하나인데,
뭔가 잘 안풀리고 짜증나시면
욕도 좀 하시고 화도좀 내시고 그러는 편이시다.
아니나 다를까
“아니, 이렇게 많이 놓으면 어떡하냐?
바닥 봐봐.
아~ 참나”
선생님은 짜증을 내시곤 다시 남은압착을 옆쪽으로 퍼 놓으신다.
“타일.
저기 타일 달라고”
외국반장님은 선생님과 처음 일하셔서 그런지 몰라도
아직 옆에서 데모도 하시는게 약간은 어색하셨다.
난 옆에서 늘상 욕먹는게 일인데 ㅎㅎ
“부어”
“네”
외국반장님은 다시 열심히 압착을 바닥에 퍼 놓으신다.
그렇게 일하시다가도
“아, 진짜.
바닥 보라고!”
다른 조공들은 어떻게 일하시는지
실제로 한번 보고 싶다. ㅎㅎ
아직 함빠가 서툴다
“선생님,
자재 다 정리 했고, 청소도 다 해놨습니다.”
“어, 그럼.
이쪽 옆에 벽쪽 함빠부터 재놔.”
“네.”
선생님이 먼저 붙여놓으신 타일들 옆이 바로 함빠부분이라,
그쪽부터 재단하기로 했다.
그러다가,
창고쪽 문쪽 함빠가 나왔는데,
은근 디테일 하게 해야했다.
이곳저곳 왔다갔다 하면서 사이즈를 재고,
그라인더로 조심조심 파냈다.
‘오케! 이정도면 된거 같다.’
잘라진 함빠가 사이즈에 맞게
잘 들어가지는지 넣어보려고 하니까 안들어가진다.
각진 부분을 신경써야돼
뭔가 했더니 함빠에서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 잘라줘야 하는거다.
화살표부분이 살짝 들어간 부분인데
저 부분을 따로 잘라서 넣어야 들어가지는데,
저렇게 각진부분까지 한번에 끼워넣을라고 하니까 안되는거다.
그부분 역시 쪼가리로 따로 붙여야 하기에
화살표 부분 함빠를 잘라냈다.
(아마 타일 하시는분 이면 무슨말인지 바로 이해가 가실듯..)
그리고 넣으니까 문제 없이 들어갔는데,
뭔가 조금 마음에 안든다.
“선생님, 여기 한번만 봐주실수 있을까요?”
“왜?”
“아니, 문쪽 함빠를 잘랐는데…
이부분 조금 맘에 걸려서요.”
선생님은 보시더니
“됐어됐어.
어차피 여기는 보이는곳도 아니고 하니까, 이 정도면 돼.”
“네.”
내가 많이 민감한건가,
선생님은 잘했다고 하셨지만 뭔가 맘에 걸린다.
다시 자를려고 할까 햇는데,
바로 다른일을 시키셔서 그거 하느라 다시 신경 쓰기 어려웠다.
각 많이 들어가는 함빠를 좀더 많이 재보고 연습해봐야겠다.
작업종료
5시쯤이 다되가자
얼추 원장타일은 다 깔아놓은 상태였다.
내가 함빠자르는게 빨랐으면 함빠물량도 많이 뺄수 있었을텐데,
아직 서툴어,
내가 원하는만큼 함빠가 많이 재단되지 않아 아쉬웠다.
“안되겠다.
저기 타일 이어지는 부분에 푹 들어간거 있어,
그거 좀 때네고 바닥 긁어놔.
내일 다시 붙여야 겠다.”
“네, 선생님”
타일을 때네고 바닥을 쓱쓱 긁어 깨끗한 상태로 만들어놨다.
이렇게 아직 굳지 않은상태에서 때네는거면 정말 간단하다.
그냥 헤라로 쓱쓱 긁어서 퍼담으면 되니까,
잘 떨어지기도 하고 깔끔하기도 하고.
근데 완전히 굳은걸 떼어낼라고 하면 ㅎㅎ.
오랫만에 전 회사 동료와 당구
현장이 강동이라,
전회사 직장동료분께 전화드려 근처에서 밥먹고 당구를 쳤다.
사실 난 어렸을때 당구를 왜치는지 전혀 모를정도로
당구에 흥미가 없었지만,
나이가 들고나서 그 재미를 알았다.
뭐 재미를 알았다고 해도 자주 안가고,
간혹 친구를 만나면 가는 수준(50임) 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뭔가 재미있는것을 알았다는거에 참 여러가지 생각을 한다.
‘왜 남들이 재밌다고 한번씩 다 해보고 빠지는거 난 안했을까…’
하며 후회도 해본다.
사실 다 그렇다.
개인취향이라는것도 있고,
사람은 변한다고들 한다.
내가 언제 이렇게 노가다 뛰면서 살아갈줄 알았나.
이런저런 환경에 어울리다 보니 이렇게 된거지 ㅎㅎ.
어찌됐던 뭐 어떠하리,
현재 내 삶을 즐길수 있고 웃을수 있고, 행복을 느끼는것을.
이만하면 꾀 행복한 사람 아닌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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