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비내리는 출근길
지긋 지긋한 홍성 현장을 떠나고 바로 그 다음날인 오늘.
지방까지 내려가서 수고 많이 했다.
그간 일하면서 더웠을텐데
기분좋게 보슬비 내려줄테니까 촉촉하게 하루 시작하고.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라며 마치 하늘이 내게 내려주신 선물 마냥
비내리는 새벽 아침 출근길이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보통 몇일 쉬지않고 지방에서 일하고 올라오면 하루쯤 쉬고 싶지만,
이번은 쉬지않고 연이어 일하는 날이라도 좋다.
그만큼 홍성현장에 오래있고 싶지 않아서인가보다.
아무래도 엘레베이터없는 7층 6층 현장의 환경은
나에게 있어 정말 큰 불편함과 괴로움을 준다.
말할필요도 없지만 나같이 무릎 안좋은 사람에게 계단 올라가기란
살면서 가장 짜증나고 싫은 행동중 하나라고 확신한다.
홍성 현장에서 일하고 나서부터
뭔가 평소때보다 무릎에 통증이 더오는거 같다.
다른건 다 참고 왔다갔다 하는일 없게 할수는 있지만,
화장실은 어쩔수 없었다.
운동을 해야돼
참고로 난 화장실을 아주 많이 가는 편이다.
지금 그나마 이렇게 몸쓰는일을 해서 자주활동해 많이 나아졌는데,
전에 회사 다닐때는 하루종일 책상앞에 앉아 일하니
배에 가스가 자주차 틈만 나면 화장실 변기에 앉았었다.
가뜩이나 화장실 빈번히 가는데,
베에 가스까지 차니까 하루일과에
화장실가는게 4분의 1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부분 차지했었다.
뭐 내게 노동일이 운명인건지 모르겠지만,
노동일을 하면서 자연스레 운동이 되니까
화장실 가는 신호도 눈에 띄게 줄었다.
(뭐 그래도 하루에 3번정도는 간다. )
난 밥을 빨리먹어서 그런가 먹고나면 바로 신호가 온다.
이건 분명 소화기관이나 어딘가가 문제가 있어서 인거 같은데.
글쎄..
작년쯤인가에 종합검진 받았는데 딱히 그런쪽에 문제가 없었다.
여튼 노동을 하든 별도로 짐을 다니던
몸을 자주쓰는게 자신한테 좋으니 운동을 꾸준히 하자.
여기에 쿠우쿠우 본사가 있었구나
“여기 근처인거 같은데…
아직 안왔나 보네.
일단 내리자.”
파레트를 보고 이근방에 현장이 있다는것을 확신하고,
일단 차에서 내렸다.
“선생님, 짐은요?”
“일단 아직 오야지 안왔으니까 기다려보자.
오면 내려”
그렇게 오늘 현장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내가 간혹 친구와 가는 쿠우쿠우 본사가 있어서 신기했다.
천호동 쿠우쿠우 갔었던 포스팅 보기 :
‘아! 여기 쿠우쿠우 본사가 있었구나.’
화려한 이력을 내세우며
쿠우쿠우 CI 를 멋지게 꾸며놓은게 눈에 띄었다.
이야..
은색과 흰색 의 조합
은색과 흰색이라면 나의 입장에서는 가전제품 이 떠오른다.
몇년전부터 은색(메탈바디) 로
테두리나 본체외관에 색감을 주어 고급스럽게 만드는게
가전제품계의 유행이 되었는데,
이렇게 외식에도 쓰이니 괜찮은거 같다.
그 뒤에 하얀색 조명으로 밝힌게
아주 내맘에 쏙든다. ㅎㅎ
쿠우쿠우 맛은 평범한편이지만 디스플레이에 신경을 많이 쓰는구만.
내 또 가주겠어. ㅎㅎ
오야지 왜 안오냐?
쿠우쿠우 본사 입구쪽에서 구경을 하고 있다가
경비 아저씨가 내게 오셔서 말하셨다.
“이 근처 공사하시려고 왔죠?”
“네.”
“지금 이 건물에는 공사하는 현장이 없는데,
이 앞에다가 주차 세워놓으시면 안되니까 차 좀빼주세요.”
“네, 죄송합니다.”
“이제 곧 대표님 오실때가 되서 차 세워 놔야하니까.”
“네, 지금 빼드릴께요.”
“선생님,
여기 빌딩 경비아저씨가 앞에다 차 세우면 안된다고 하시네요.”
“어 알았어.
야 근데, 여기 오야지 왜 안오냐..
전화도 안받네…
에이씨..”
오늘 날일로 일하러 온거지만,
선생님께서는 항상 그렇듯이 날일이든
맡고 일하는거든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일한다.
그래서 현장에 가면 왠만해서는 우리가 제일먼저 도착한다.
제일 먼저 도착하는건 좋은데,
이렇게 꼭 기다리게 되서 다소 불편한 점도 없지 않아 있다. ㅎ
“야, 일단 물건 좀 내리고 저쪽 주차장에 세워놔야겠다.
일단 내려.”
항상 그렇듯 구루마에
물받을 대야, 커터기, 믹서기 그라인더 등 기본적인 장비를 다 내려놓는다.
“일단 밥부터 먹자.”
결국 우리먼저 밥먹으러 간다.
너도 이제 보이기 시작하는거냐
항상 그렇듯 밥먹기전에 화장실에 들려 손을 깨끗히 씻는다.
“어?”
손을 씻고 고개를 올리는데 벽타일이 눈에 띈다.
사진에서도 눈에 띄지만 편차가 심하다.
이건 타일이 휜게 아니라 시공할때 신경을 안쓴거다.
‘좀 더 신경쓰셔서 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며 뭔가 시공하셨던 분도 사정이 있을거라 생각하고 다른곳을 보는데,
다 이런상태인거다.
“선생님, 화장실 가보셨어요?”
“아니, 왜?”
“우와, 화장실에 벽을 보는데,
오우 단차가…”
“하하.
야, 너도 이제 보이기 시작하는 거냐?”
“아니, 그게 아니라요.
오우, 진짜 너무 눈에 띄어요.
아시잖아요.
저 원래 그런거 잘 못보는데,
근데 저긴 진짜 너무 심한거 같더라고요.
벽 거진 모든곳이 다 그래요.”
선생님은 내가 화장실 벽타일 상태에 대해 말하는것에 대해,
한켠으로는 대견해보이셨나 보다.
그러시면서도 시공할때 주의해야 한다고,
다시한번 말씀하셨다.
난 적어도,
초보인 지금상태에서 붙이라고 해도
「저렇게까지 하지는 말아야지」 라며 혼자 되내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여긴 또 왜 이러냐’
밥을 먹고 현장을 다시 가니 길거리 보도블럭이 푹 파였다.
간혹 길거리에 이렇게 푹 파인곳들이 있는데,
왜저런지 궁금하다.
차로 밟고 지나갔을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저렇게까지 꺼질수가 있나?
참…
화장실도 그렇고 이 바닥도 그렇고,
오늘 유난히 심한 것들을 자주 목격한다.
그렇게 바닥 상태를 보는 도중,
오야지와 같이 일할 조공분이 왔다.
처음 일하는 학원수료자
오늘 현장의 오야지차를 보는데 일반 중형차에
조공으로 보이시는 분이 본드통 두개로 뭔가 담아오고 있었다.
‘오늘 현장 60평쯤 되는 피시방이라고 들었던거 같은데…
저 정도로 될라나..’
속으로 의아해 하며 현장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여기 타일공사 하시는…”
“네, 맞아요.
안녕하세요.”
“옷 갈아입고 오세요.
저희 여기서 대기하고 있을께요.”
“이게 작업복인데. ㅎㅎ”
“되게 깔끔해 보이는게 비싸 보이는데,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아, 그러세요.
사장님은..?”
“주차하고 오신다고 하셔서,
저 먼저 왔어요.”
“아, 네.”
일단 오야지 올때까지 입구에서 기다렸다.
“실은 저 오늘 처음일하는거 거든요”
“아! 그래서 옷이 이렇게 깔끔한거였군요.”
“아뇨. 이 옷 굳이 더러워져도 상관없는 옷이라서 입었어요. ㅎㅎ”
“ㅎㅎ. 옷이 작업복 치곤 너무 깔끔해서요.”
“오늘 사장님(오야지)도 처음뵙는거라서..”
“근데 어떻게 타일일을 하려고 하셧어요?”
“아, 저 학원 수료하고 이제 막 일하는거라서요.”
“아 그렇군요.
그럼 저보다 더 잘아시겠네요.
오늘 많이 좀 가르쳐주세요. ”
“아뇨, 저 하나도 몰라요.
학원에서는 그냥 떠발이만 해보라고 가르키고 끝났어요.”
“저는 인터넷 얘기들어보면 이것저것 막 가르키고
떠발이도 해보고 실습이라고 해서
조금한 칸 안에서 바닥타일 벽타일 막 붙이고 그러는거 같던데요?
마지막에 하트자르기 같은거 하고..
이렇게 배우는거 아닌가요?”
“아뇨, 저희는 그냥 떠발이만 한달 시키더라고요.
그래서 좀 걱정이예요.”
“압착은 안하나요?”
“해본적 없어요.”
“허허… 아 그런거구나..”
나도 지금 데모도 하면서 타일학원도 겸해서
다녀볼까 하며 알아본적 있는데,
보통 교육과정으로 3달 그쯤 하는거 같은데 1달과정이라서 다소 놀랐다.
그리고 그 내용을 들으니 더 기가 막혔다.
적어도 타일시공 교육과정이라면
떠발이 시공, 압착시공, 본드바리 정도
한번씩 해보도록 하게 끔 해야 할거 같은데…
일단 뭐…
학원에서 그래도 타일 붙여보시고 연습도 하셨으니까,
데모도 일은 서투르실지 몰라도,
대강적인 일에 대한 흐름은 알고 계시겠지.
조공분과 대화후 오야지분이 오시고
그 뒤에 바로 다른 기술자분이 또 오셨다.
오늘 현장은 피시방의 바닥타일을 시공하는것인데,
어떻게 할까 하며
가네 보고 수평보시면서 선생님, 오야지, 그리고 기공분께서 잠깐의 작업회의를 거치고 서로 분할하여 한쪽씩 맡어 붙이기로 하였다.
철거상태가 아주
상태를 보니 기존에 타일 있던거를 뜯어내고
누군가 작업을 하다가 중단된후, 우리가 다시하는거 같았다.
그래서 한쪽에는 타일이 깔려져 있는쪽도 있었다.
그리고 타일 양중도 어느정도 되어있어서,
나와 조공분은 까서 각자 기술자들 자리쪽에 놓아주기만 하면 됐었다.
근데 웃겼던건 철거한다고 바닥 까내고 마대자루에 담은 쓰레기 였다.
‘아니, 씨발 무슨 이딴식으로 하나..’
비록 난 노가다 일한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진짜 처음으로 이렇게 마대자루에 꽉찬 모습을 봤다.
당연히 마대자루엔
바닥 까낸 시멘트나 타일 쪼가리들의 잔재로 가득차서
혼자서 들기 쉽지 않을정도의 무게다.
“아우! 뭐야 이거?
못들겠는데..”
조공분도 같이 보시더니 어이없어 하시면서,
헛웃음을 지으셨다.
첫날이니까 잘 좀 가르쳐줘요
“야, 타일 날랐으면 압착부터 개라!”
“네, 선생님.”
어김없이 물한가득 떠온 대야에 물을 퍼 시멘트 통에 붓고
압착갤 준비를 한다.
“반장님, 압착개보셨어요?”
“아뇨, 해본적 없어요.”
대화중 오야지가 오시더니
“아, 반장님.
오늘 여기 우리 국반장님(이하 조공분을 국반장님으로 칭함)이 처음 일하는거니까 아직 아는게 없어요.
미안한데,
오늘 반장님이 우리 국반장님이랑 일하면서
이것저것 잘 좀 가르쳐주세요.”
“네, 사장님.”
나도 잘 모르는주제에
일단 “네” 라고 답하고 오야지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오야지는 압착갤때 비율이나
조정등에 대해 신경써달라고 말씀하시며,
본인 자리로 돌아가셨다.
“일단 물을 이정도 넣으시고,
시멘트를 대략 이정도 넣으세요.
그리고 믹서기 돌리는데 제가 먼저 보여드릴께요.”
하며 간단하게 압착한통 개면서 시범을 보였다.
“자 보셨죠?
요거 믹서기로 돌리실때 꽉 잡고
딱딱한 부분에서 그냥 무심코 돌리다가 손목 나갈수 있으니까,
쑥쑥 쑤셔넣어보시고 말랑말랑한 부분에서 돌리시면 되고요…”
“야! 아직 멀었냐?”
“갑니다, 선생님.
일단 이거 다 갰으니까 저기 갔다주고 올께요.
옆에 빈통에다 하나 개보세요.”
“네.”
각자 스타일이 달라
“어어어어어”
처음이시라 그런지 역시 믹서기에 적응을 못하시고 계셨다.
더군다나 믹서기 날이 대형이라 힘이 장사인데,
국반장님 처음 돌려보는 압착시멘트 반죽에 갈피를 못잡고 계셧었다.
“어! 안돼요! 안돼.
지금 물좀 더 넣고 돌려야 될거 같아요.
지금 반죽이 되게 되서 돌리기도 어렵고 물 좀 넣고 돌려야 되요.
일단 지금 저기 반장님이랑 사장님 다 기다리시니까 제가 다 갤께요.
제가 계속 믹서기 돌릴테니까 시멘트 좀 부어주실래요?”
“네.
아, 이거 생각 보다 어렵네요.”
헤라로 압착 농도를 확인하고
기술자분(이하 반장님으로 칭함)께 가져다 드렸다.
“아, 이거 좀 질은데(물이 많은상태).”
“죄송합니다.
금방 다시 개오겠습니다.”
“어, 살짝 되게 해줘요. 내껀.”
“네, 죄송합니다.”
선생님 하시는 기준으로 개서 드렸는데,
역시 기술자마다 자신의 스타일이 있어서 데나오시 먹었다. ㅎㅎ
그리고 다시 개 드렸다.
고데로 압착 농도를 확인하시더니
“… 이것도 쪼오끔 질은데,
됐어, 이번엔 그냥 쓸께.
앞으론 이거보다 더 되게 해줘요.”
“네, 반장님.”
역시 처음이라 저 반장님의 스타일을 맞추는데 약간 애먹는다.
되게 개면 믹서기 돌릴때 힘 무쟈게 들어가는데,
오늘 고생좀 하게 생겼네. ㅎㅎ
그후 오야지꺼 개드리고 국반장님과 함께 바닥 덜쓸린곳을 쓸고,
타일 날르며 평소 일하던대로 작업을 했다.
되게 빡세네요
“국반장님 이거 포대 같이 옮겨 주셔야될거 같아요.
구루마에 같이 실어 날라요.”
“네.”
그러면서 마대자루에 한가득 담긴 쓰레기들을 실어 날랐다.
“여기 압착 떨어졌어.”
“네, 반장님 갑니다.
국반장님, 저기 반장님꺼 하나 개드리세요.
제가 이거 날를께요.”
“네.”
국반장님은 오늘 처음 하셔서 그런지 약간 서투르시지만
부지런하게 움직이셨다.
‘이거 철거한 양반,
진짜 씨발 존나 양심없네.’
하며 속으로 쌍욕을 하면서 계속 실어 날랐다.
“으으자차~ 아이고!”
타일 나르기부터 마대자루 치우는거 까지 허리힘쓰다보니
허리 한번 피니까 온갖 신음소리가 나오게 된다. ㅎㅎ
“어후, 진짜 빡세네요.”
신음소리 들으신 국반장님이 어느샌가 내옆에 오셔서 토로하셨다.
“ㅎㅎ.
오늘 처음이라 그러신거 일거예요.
그래도 오늘은 비교적 양호한편 이예요.
계단 곰방있는것도 아니고,
압착 좀 개드리고, 타일 좀 날르고, 쓰레기 좀 치우고,
다른사람들 얘기들어보면 진짜 토나와요. ㅎㅎ”
“저도 노가다 많이 해봤는데,
아 빡세네요. ㅎㅎ”
“전에 노가다 어떤거 해보셨어요.”
“저는 청소 했었어요.”
난 아직 청소만 전문적으로 하는현장은 안나가봐서 모르겠지만,
청소는 아무래도 무거운짐은 많이 들거나 하지는 않은거 같다.
작업종료
오늘 국반장님과 이런저런 얘기하고 같이 일하면서,
정신없이 시간이 가는줄도 모르고 일했다.
확실히 오늘 기술자 세분이서 작업을 하니까 물량이 많이 죽은거 같다.
선생님이야 항상 보니까 그러는데,
반장님의 속도가 상당했다.
선생님과 비슷한 수준 이신거 같았다.
그리고 오야지는 품질을 많이 보시는쪽인거 같아,
타일 붙이실때 꼼꼼히 작업하셔서
선생님과 반장님 속도에는 조금 못미치셨다.
끝날때도 비가 오네
“오늘도 수고했고,
아침에 살그머니 내리는 약한 빗방울 맞으니 기분 좋았지?
가는길에도 시원하라고 내가 한번 더 내려줄께.”
하며 마치 하늘이 비를 내려주는거 같다.
오늘 현장은 여러모로 즐거웠던거 같다.
처음으로 타일일을 접해본 사람과 같이 일해보고,
그만큼 내가 옆에서 지켜보면서 가르쳐주면서 도와드리고..
이러니까 마치 전 회사에서 신입직원 가르켰던 기억이 떠올라,
이런저런 생각에 전 회사 생각도 많이 났었다.
‘그때는 가르켜주면서 이렇게까지 열심히 일했었나…’
하는 생각에 자연스레 예전에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며
빗내리는 거리 차안에서
아무말없이 창가에 머리를 기대고 멍때렸다.
난 그러고 보면 정말 열심히 살지 않았구나….
뭐, 그랬든 어찌하리 이미 지나간 일이고,
후회없이 즐겼으니 된거지. ㅎㅎ
잡생각 말고 내일도 이런 재밌는 환경에서 열심히 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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