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새끼들 다 뒤졌어
진안 현장에서 일하면서 부터 느끼는거지만,
이곳이 되려 백령도보다 모기가 더 많은거 같다.
그래서 아애 숙소에 있는 방충제를 들고 나와,
오늘부터는 직접 살포할예정이다.
이노무 새끼들 때문에 가뜩이나 더워 짜증나는데,
옆에서 잉잉 거리고 뜯어먹어 가렵고,
쌍노무시키들.
마음잡고 착하게 살고있는 나를 …
절대 용서하면 안되지 이런 나쁜것들은 ㅎ.
이 현장은 산앞에 위치해 있는곳이라,
곤충이나 짐승들도 간간히 본다.
엊그제는 메지반장님께서 일하시다가 노루를 보셨다고 해서,
신기해 했는데,
선생님은 전혀 아무렇지 않다는듯 반응도 없으셨다.
“원래 이런 산 근처에서 일하다보면 그렇게 나와.”
난 노루는 동물원에서나 볼수있는줄 알았는데.
더 웃긴건 노루는 잡아 먹으면 안된다는 미신이 있다고 한다.
“나 예전에 모르고 군대있을때,
산에 타는데 노루가 있어서 ‘올커니’ 하고 잡아서 가져갔더니,
선임들이
「그걸 왜 가져와! 재수없게!」
하면서 뒤지게 맞았어.
우와~ 내 진짜 그때 처음알았어.
노루먹으면 안된다고 하네?
노루고기 먹으면 재수없데.”
“맞아요 형님.
노루고기는 먹는거 아니래요.”
선생님은 별별거 가리지 않고 다드시는 타입이신데,
안드신다고 하시는거 보니 확실히 먹으면 안되는건가 보다.
여튼 이렇게 시골에서 일하다보면 내가 알지 못한 재미난 정보들이 많다.
“너 개구리 실제로 본적 있냐?”
선생님은 간혹 날 너무 도시사람으로 생각하시고,
진지하게 저런 질문들도 하시곤 한다.
사마귀정도도 아니고 개구리를 물어보시는게
다소 놀리는듯한 느낌까지 받아 되려
「헉! 그거 실제로 보셨어요?」
라고 장난치며 되물어보고 싶을정도다. ㅎㅎ
내가 그렇게 차가운 도시남자로 느껴진다는 말인가 ㅎㅎ.
홀 마무리 부터
일단 어제 마무리 못지었던 홀부터 마무리 하기로 했다.
“일단 나한테 압착한통 개주고,
넌 바로 함빠잘라 나둬.
내가 여기 원장 다 치고 바로 붙일수있게.”
“네, 선생님.”
항상 그렇지만 어떤 상황이라도
가장먼저 해야 할일은 압착부터 개는거다.
혹여나 다른 현장 데모도를 간다고 하더라도,
처음 현장에 도착하면 뒤돌아보지말고 무조건 압착부터 개는게 우선이다.
타일이야 자기 깔곳 근처에 있으면
기술자들이 그냥 자기가 할일이라고 생각하며
알아서 타일박스 까서 꺼내 가져가기에,
타일작업시작하려고 하면 무조건 압착부터 개자.
(최근에 부쩍 타일조공일을 시작하신다고 하시는분들이 늘어,
기본적인 팁을 드리는거다.)
홀바닥의 함빠는 별 어려운 부분이 없다.
딱히 어디가 각져서 삼각형 형태로 틀이 들어가있는것도 없고,
원형으로 따져있거나 하는것도 없고,
입구의 문틀부분은 선생님이 어제 다 해놓으셨기에
그냥 단순쪼가리형태의 함빠만 재서 자르면 된다.
그렇다 해도 이게 은근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고작 단순 쪼가리형태의 사각 함빠라도 한장, 한장 일일이 다 재면서 자르기에 그만큼 시간이 더뎌진다.
만약 미용실처럼 사람 시선이 보이지 않는 부분의 함빠라면
그냥 대충 기준을 잡고, 커터기에 기준의 길이를 고정시켜놓고 상관없이 갯수대로 자르면 되는건데,
아무래도 보이는곳이니 일일히 하나하나 다 신경써야 한다.
너도 붙여
함빠를 2/3 정도 재고 날때 쯤,
선생님도 원장을 다 붙이시고 내가 잘라놓은 함빠를 붙이기 시작하셨다.
별다른것없이 함빠를 계속 재고 자르고 하다보니,
잘라야할 함빠를 다 재단하게 되었다.
“으~으이구 허리야~”
타일 들어다 날르며 허리굽혀 함빠재고,
커터기로 자르고 하다가 함빠 다 재고 허리를 드디어 쭉피는순간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절로 나온다. ㅎㅎ
“서 있지말고 너가 자른거 붙여.
저쪽 문틈부터 해서 4장 붙이면 되겠네.”
“네, 선생님.”
한참 함빠 작업하고 겨우 허리한번 피고나서,
바로 함빠 붙이기 작업에 들어간다.
문틈부터 시작해 두장은 별탈없이 붙여나갔다.
그리고 남은 두장을 붙이기 위해 압착을 푹 퍼놓고 고데질을 한다.
‘여기가 살짝…
이렇게~ 아~ 많은가..’
“야! 뭘 아직도 꾸물떡 거려!?
뭐야? 여태까지 두장 붙인거야!?”
“네, 빨리하겠습니다.”
‘오우,빨리 해야겠네.’
나도 모르게 조바심에 대충 밥(압착)양 보고 붙였다가,
다시 떼고, 또 붙였다가 다시 떼고.
이 한장을 한 4번쯤 붙였다 땟다 한거 같다.
다행히도 선생님은 본인거 하시기에 바쁘신지,
내가 이렇게 계속 삽질하는것을 신경 못쓰시고 본인일에 열중이셨다.
그리고 겨우 그 다음장도 몇번 붙였다 땟다 해서 붙였다.
다 붙이고나니 아직 구석쪽 몇장(호스있는곳과 그 부근) 이 안 붙여져있어서,
구석쪽도 그냥 따로 보고 안드리고 내가 알아서 붙여봤다.
이건 팁이라고 할수없지만,
저런 부분은 스탠드형 에어컨을 설치하게 되므로,
사람들의 시선 및 발걸음 닿는곳이 아니니,
나처럼 아직 붙이려면 한참 멀은사람이라면 주저말고
저런부분은 스스로 붙여보자.
그리 하여 1층 홀의 바닥타일 시공은 종료 되었다.
1층 복도및 주변 함빠
내가 구석의 함빠를 붙일때,
선생님께서는 1층 복도의 함빠부분을 작업하고 계셨다.
홀에서 이어지는 복도 바닥타일을 재단하시면서 붙이시면서
작업을 진행하셨다.
복도의 몇장 그리고 이어지는 대문 입구.
다 붙였는데,
바닥과 오른쪽 옆면 대리석은 자재가 아직 도착안해서
여기까지만 하고 2층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2층 시작
“이제 1층에 있는 연장들 다 2층으로 올려.”
항상 그렇지만 우리는 연장을 많이 싣고 다닌다.
큰 물대야에 압착통 그에 따른 구루마, 커터기 그라인더, 청소기, 고데, 뭐 어마머아마 한양이다.(기술자 한명, 데모도 한명이 일하는거 치곤 )
그래서 장비를 옮기는데도 시간이 꾀 걸린다.
그렇게 장비를 옮기는 와중에 선생님은
2층의 가나방을 다실 준비를 하신다.
문 입구에서 부터 어떻게 붙여나갈지
레벨기를 켜놓고 이곳저곳 유심히 보시면서 체크하신다.
“짐 다 옮기면 압착 개라.”
“네.”
압착 한통 개고, 선생님이 가나방 달 자리에 걸리지 않도록
타일을 옆으로 박스를 까논채 세워놓은다.
문 입구에서 부터 기준이 될 가나방을 쭉 붙여놓으신다.
쭉 붙이는 와중에 방으로 들어가는 마지막부분쪽에 바닥이 너무 높아,
함마드릴로 어느정도 바닥을 까대기하고 붙였다.
천재를 만나다
“사장님, 2층바닥은 어때요?”
“아까 전체적으로 다 수평보는데,
잘 되어있는 편이야.
간간히 몇부분 올라온곳이 있긴한데,
그래도 이정도면 상당히 양호한편이지.”
“이거 방통 제가 한거거든요.
레벨 다 보면서 해봤는데.
다행이네요.”
“직접했다고 이걸!?”
“예”
“이야. 잘하네.
전에 해봤어?”
“아뇨, 그냥 뭐 목조주택하면 나무만 자르고 붙이고 하는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다 알아야하니까 한거죠.
여기만 아니라 화장실도 다 내가 잡은거예요.”
“이야 대단하네.
전에 해본적도 없는데 이렇게 잡았다고..
허 참나.”
선생님은 믿기지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드셧다.
반면 팀장님은 별 대소롭지 않다는듯 그냥 가볍게 웃으셨다.
나는 팀장님이 궁금해져 물어보았다.
“팀장님은 전에 어떤일 하셨나요?
반장님은 회사 다니셨다고 하시던데.”
“나도 원래 이전에 했던일은 노가다는 아니였어요.”
“그럼 지금 하시는 목조주택이 노가다 처음으로 하시는거였나요?”
“예. 근데, 난 예전부터 이쪽을 하고 싶었어.
그리고 소질도 있었고.
독립하기전에 같이 일하셨던 팀장님한테서 이것저것 다 배우면서 했었어요.
전기, 방수, 설비. 뭐 이런거 사람안쓰고 직접 다하실줄 알고 잘하시니까,
금방 배우고 기회가 됐던거지.
지금 2층 베란다 방수 해놓은거 그것도 내가 한거야.”
선생님은 믿기지 않는듯 헛웃음만 하셨다.
“다들 목수들은 딱 나무자르고 붙이고, 자기 할일들만 할라고 해요.
그러면 일당받고 사는 기술자까지밖에 안돼.
사장을 할수없는거야.
나무도 자르고, 도장도 하고, 안에 설비도 하고,
전체적으로 다 할줄 알아야 사장을 하지.
한번 사는인생 하고싶은거 하고 즐기며 살아야지 yolo.
ㅎㅎ.”
이 팀장님은 확실히 마인드가 있고 이쪽 계통으로 소질이 있는분 같았다.
외모만 봐도 이쪽일을 잘하게 생긴 그런외모다.
덩치가 비교적 외소한편이지만
날렵하고 뭔가 디테일 하게 잘할거 같은 그런…
첫날부터 지금까지 종종 일하는거 보시고
잘되어가는지 딱딱 체크하는것도 그렇고,
뭔가 확실히 자신의 목표를 세워두고
그 목표에 다가설수있게 철저하게 습관을 만들고 계획을 하는거 같았다.
“시간 다 됐네요. 슬슬 퇴근하시죠. 사장님.”
“어, 슬슬 정리하고 가야지.”
작업 종료
오늘은 함빠위주로 작업하고 가나방다는작업이 위주라
몇장 붙이지 못하고 작업이 끝났다.
뭐 어느 현장도 다 그렇지만,
작업하는 첫날은 얼마 못붙이고 끝나기 마련이다.
오늘도 역시 2층 처음하는거니 그런거라 싶기도 하고.
나는 오늘 함빠도 몇장 붙여보고 나름 재밌었다.
물론 한소리 듣긴 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ㅎㅎ.
근데 항상 느끼긴 하지만 우리는 연장이 너무 많다.
좀 줄었으면 좋겠는데,
막상 준다고 하면 그만큼 불편한점도 생기고.
무슨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
저런 애가 있구나
“… 진짜 저런애가 있네..”
“네?”
“아니, 저 팀장”
“아, 맞아요.
진짜 저분은 다 잘하네요.”
“그러게.
아까 2층에 너 배관이랑 전기 해놓은거 봤냐?”
“아니요.”
“그것도 다 자기가 한거래.
저거 저렇게 하는거 쉬운거 아니야,
나도 타일하면서 간간히 설비쪽도 나가서 해보고 그러는데,
저 정도면 수준급이야.
아니, 뭐 저런애가 다 있냐.
저렇게 혼자 다 해먹으면 다른쪽 하는사람들 뭐 먹고 살라고 ㅎㅎ.
허, 참나. 이야..”
“역시 저분은 진짜 재능이 있으신거군요.”
재능이 있는사람이 노력을 하고 즐기면
어떤결과가 나오는지 오늘 알게 된거 같아, 뭔가 궁금증이 풀리는거 같았다.
사실 나는 이전 회사에도 IT 에서 인지도 있는 실력있는 개발자가 있어서
‘진짜 IT 바닥 천재들은 저렇구나.’
하며 놀라곤 했는데,
노가다판에서 그런사람을 보니 새삼 뭔가 느낌이 달랐다.
물론 이 팀장님이 엄청나게 잘하는건 아닐지도 모르지만,
분명 재능이 있고 실력이 있는사람은 확실한거 같았다.
그래서 지금 나에게 연락주신 반장님도 팀장님과 같이 일하시는 거겠지.
앞으로 이 현장에서 남은 일정 저 팀장님이 일하는것도
종종 잘 봐가면서 참고할수 있도록 해야겠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