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부터가 틀렸다
“압착~”
“평탄~”
“쐐기”
“쿠사비”
어떤 기술자도 그렇지만,
각자 다 조공에게 원하는 능력등이 조금씩은 다르다.
홍반장님은 매우 기초적인 부분들만 시킨다.
압착을 떠서 바닥에 고데질을 한다거나,
함빠를 자르려 줄자등으로 재려하거나 하려면
됐어, 내비둬. 내가할께.
단칼에 하지말라고 딱 잘라 버리신다.
타일 넘기기
“타일~”
“네, 여기 있습니다.”
홍반장님은 나를 다소곳하게 쳐다보시며 말한다.
“이렇게 주면 어떻게해 ?”
“네.”
“너가 나한테 이렇게 넘겨주면
내가 다시 이렇게 돌려서 붙여야 하잖아?”
“아, 네.
알겠습니다.”
항상 선생님과 일했던 습관이 있어,
그때방식으로 타일을 넘겨드렸는데,
역시 기술자마다 스타일이 다르듯 기초적인 타일 받는 방식도 다르다.
“타일~”
“네, 여기.”
“아이~ 진짜 또 그러냐?!”
“예, 죄송합니다.”
“지금 여기 붙이는건데 잘린면이 내쪽으로 오게끔 줘야지.”
일년을 넘게 타일넘기는 습관을 갑작스레 바꾸려 하니 쉽지 않다.
커터기 작업
“여기 지금 내가 표시한대로 쭉 잘라와.
커터기 쓸줄 알지?”
“네.”
이 정도는 안다.
홍반장님의 커터기는 깔끔한게 거의 새것 같다.
‘자, 레이저는 나오나..’
혹여나 하며 스위치를 올려보니 뚜렷하게 빨간색이 아주 잘보인다.
‘역시 레이저는 있는게 편하지.
하지만 난 레이저 나온다고
그냥 레이저에 대고 냅다 자르지 않는다.’
레이저는 확실히 있으면 편하다.
하지만 내 커터기도 그렇고,
다른 기술자들의 커터기도 그렇고,
레이저가 달려있는 모델의 커터기라 할지라도
레이저모듈이 고장나거나 해서 레이저가 안나오는경우들이 흔하다.
그래서 커터기를 사용할때 레이저를 신뢰하면 안된다.
그래서 난 레이저를 가늠선 이라 생각하고,
마킹된 부분을 레이저빛에 가까이대고,
날의 끝을 정확히 본다.
‘역시 0.5mm 정도 살짝 흐트러 졌네.’
「그으윽」
익숙하게 들리는 커터기의 미는소리.
「탕」
익숙하게 들리는 커터기 손잡이를 눌러 타일을 잘라내는 그 소리.
‘잘~ 잘리네.’
여유롭게 잘라낸 타일을 들고,
홍반장님께 드린다.
홍반장님은 타일을 받고, 잘린 부분을 살펴보신다.
“똥(잘라낸 타일의 옆부분에 튀어나온것들)을 갈아내야지.”
“.. 네”
“그라인더 설치 해놨냐?”
“네”
홍반장님은 타일을 직접 들고,
손수 그라인더로 타일의 잘린면쪽을 그라인더로 정밀하게 갈아내신다.
섬세함이 부족하다
「그윽 그윽」
바닥에 압착을 퍼놓으시고 고데로 긁어내시는 홍반장님.
‘어차피 벽도 다 타일로 마감하신다고 하셨으니까,
벽쪽으로 들어가는 함빠 정도야…’
홍반장님이 타일붙이려고 집중하는 사이에,
어차피 디테일하게 맞춰서 자를필요없는 함빠를
내가 직접 자로 재서 잘라 오려고했다.
마킹
‘사백 오십…
오십 사 구나!
오케, 454!’
치수를 재 놓은대로 타일에 줄자를 대고 454mm 에 대고 마킹을 했다.
“야! 너 뭐해?”
“예?”
“누가 마킹 그렇게 하래?”
“아 그냥 싸인펜으로 표시해놓고 자르려고요.”
“아~ 얘 진짜.”
홍반장님은 본인이 하는스타일을 가르쳐 주셨다.
“봐봐.
너처럼 하면 안돼, 디테일 하게 해야지.
마킹할때도 줄자를 딱 놓고, 정확하게 제대로 눈금을 보고
마킹을 이렇게! 딱!
너처럼 하면 그게 제대로 되겠냐?”
나는 놀랐다.
마킹 하나에도 매우 섬세하게 신경쓰시면서 하신다.
수많은 기술자들과 같이 작업한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곳저곳 가보며 기술자들 옆에서 보조를 하고,
마킹하는것을 보았는데, 홍반장님은 다르다.
“나랑있을때 절대 그러지마.”
“네.”
자 질(거리측정)
“자, 내가 재줄테니까 재서 잘라와.”
“네.”
“기달려.
.
오백 칠십….
오백 칠십 삼!
573!”
“네, 오백 칠십삼.”
주머니에 있는 줄자를 꺼내들어
타일에 정확히 치수를 대고 홍반장님이 가르쳐주신대로 마킹했다.
그리고 커터기에 레이저를 켜고,
정확히 마킹부분을 레이저 선 한가운데에 둔후,
최종적으로 커터기 날이 정확히 마킹에 딱 맞춰져 있는지
마킹부분 두군데를 정확하게 체크한다.
‘오케 됐다.’
혹여나 실수할까봐 자르는것에 온신경이 집중된다.
「그으윽.. 탕!」
잘린면을 보니 맨 끝에 부분에 똥이 조금 있어,
그라인더로 갈아낸후 가져 갔다.
“사장님, 여기 있습니다.”
“어. 줘
.
아~! 이거 뭐야!”
“예?”
“야! 너 거꾸로 자르면 어떻게 하냐?”
“…”
“너 지금 반대로 재고 잘랐잖아!
아 참나 진짜..”
사실 나는 타일 함빠 자를때 줄자를 사용해 자르게 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보통 타일을 들어 치수를 재는게 익숙한 편이다.
게다가 긴장이 까지 되서 그런지 이런 실수를 하게 됐다.
“다시 잘라.”
“예.”
결국 다시 줄자로 타일에 마킹한후,
다시 재단하여 가져다 드렸다.
오차 허용범위 1mm 미만
“자. 여기 재는거야.”
“네.”
홍반장님은 내가 혹여나 또 실수할까봐.
함빠 들어갈자리를 내게 알려주신다.
“자, 사백… 사백삼십…. 사백 삼십….이….
맞어! 사백 삼십이.
432!”
“네, 사백삼십이.”
줄자를 꺼내,
정확히 함빠 잘라야 하는 방향을 기준으로
432mm 를 재놓고 치수를 재단한다.
“여깄습니다.”
“어.
.
.
야, 잠깐만.”
“예?”
“야! 이거 안맞는데?”
“저.. 정확히 재놓고 잘라온건데..”
“기달려봐 줄자…”
홍반장님은 줄자를 꺼내 잘라온 타일의 치수를 확인한다.
“내가 아까 432 라고 했는데,
이거 지금 431 이네.
어떻게 된거야?”
“예… 저는 정확히 432 마킹하고 잘라왔는데…”
“하아…
줄자가 달라서 그런지.
너 줄자가 잘못되서 그런지..
저기 뒤에 보면 줄자 내꺼랑 똑같은거 있어.
앞으로 그걸로 재고 잘라.”
“예.”
결국 홍반장님과 같은줄자를 사용해,
다시 재단해서 가져다 드렸다.
“여기 있습니다.”
“어 줘.”
함빠자리에 타일이 정확하게 들어가는지 확인후,
타일을 붙이셨다.
내 실수로 인해서,
이렇게 함빠 하나 붙이는데 들어가는시간이 오래걸리는건 처음이다.
내가 처음으로 함빠 잘랐었을때랑 비슷하게 걸린거 같다.
“봐봐 이쁘지?
메지 라인 일정하고, 깔끔하잖아?
그치?”
“네.”
“이게 정밀시공이야.
그냥 대충 재놓고 쓱 잘르고 메지 라인좀 벌어진다 싶으면,
대충 흔들어서 맞추고.
이러면 안돼.
남의 집 망치는거라고.
알았어?”
“네.”
“옆에 타일 메지가 1.2mm가 나오면,
이쪽에 타일메지도 1.2mm가 나와야 하는거야.
여긴 1.5 저긴 1.2
이렇게 하면 되겠냐?”
“안되요.”
“그래서 형이 마킹할때부터 디테일 하게 하고,
자를때도 항상 신경써서 딱 자르잖아.
그렇게 해야 이런 결과가 나오는거라고.”
“네, 맞아요.”
이게 정밀시공이구나.
고급 시공은 이렇게 하는거구나 라는걸 확실하게 깨달았다.
사실 이렇게까지 디테일 하게 함빠를 재단한적은 처음이다.
홍반장님과 같이 일하면서,
정말 기본적인거 부터 깨지지만
그렇게 깨지면서 분명 느끼는것, 그리고 배우는것은 확실하다.
나는 거칠다, 섬세함이 없다.
강남반장님에 이어 홍반장님 현장에서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먹줄 튕기기
“잠깐만, 이제 여기 다 끝났으니까.
저쪽 벽부터 시작하자.”
“네.”
“잠깐만, 내가 여기서 레벨기 띄워서 볼테니까.
너 저방가면 먹통 있을꺼야.
찾아와.”
내가 먹통을 찾는 동안 홍반장님은 사전준비를 다 해두셨다.
“자 먹줄 튕기자.
거기 끝에 잡아.”
“예.”
먹줄의 끝부분을 잡고 기준이 될부분에 대놓으며,
“예, 됐습니다.”
라고 말한 순간,
홍반장님은 날 쳐다 보시며 말하셨다.
“너 뭐하냐?”
“예?”
“누가 먹줄 그렇게 잡으래?”
“그냥 항상 먹줄 튕기던 대로 잡았는데요..”
“야!
너 지금 기본도 제대로 안되어있어!
줘봐.
먹줄을 그렇게 튕기면 제대로 나오겠냐?”
그리시며 나에게 먹줄 튕기시는 방법을 가르쳐주셨다.
신용공구 홈페이지 에서 퍼온사진입니다.
(위법시 삭제하겠습니다)
“봤지?
자, 이제 다시 잡어.”
“네. 됐습니다.”
“정확해?”
“네.
딱 맞습니다.”
“오케이.
힘줘, 흔들리면 안돼!”
「툭!」
“됐다.
먹줄 이렇게 튕기는거야?
알았어?”
“네.”
나는 먹줄튕기는것도 처음부터 다시 배웠다.
먹줄…
‘이렇게 튕기는 거구나..
아니다. 이렇게 튕기는거다!
이게 정답이야!
이렇게 해야 정확하게 먹이 살아나오지.’
자질, 마킹, 먹줄.
어떻게 보면 기초적이면서도 마감이 되는 기준의 요소들.
나는 처음부터 다시 배웠다.
이제서야 알게되는 그것
너도 언젠가 형 밑에서 떠나겠지.
그때 넌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될꺼다.
강남반장님이 해주셨던 말씀.
너가 나한테 다 배우고 나서 주택쪽을 들어가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될꺼다.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말씀.
그때는 몰랐는데, 나오고 나보니 확실히 깨달았다.
새로운 세상,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된다는 말의 뜻.
지금 이 일기를 쓰는 시점에서
이 글을 보는 당신은 현재의 나를 모르게 될꺼다.
나의 요즘 모습은 어떠하며,
타일업에 대한 내 가치관,
그리고 내 생각.
나는 사실 요즘 후회를 종종 하곤한다.
이 후회한다는 의미는 어떻게 보면 쉽게 착각할수 있는데,
앞으로 내가 쓰는 일기를 계속 보게 되면,
결국 이 후회가 어떤뜻인지 알수 있겠지.
Thank To 홍반장
어제부로 홍반장님과 작업했던 현장의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주택에서 일하는관계로,
클레임에 매우민감한곳이 주택이라
뜻밖에 작업시간이 많이 소요된거라 생각된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어쩔수없이(?) 1:1 환경에서 일하게 되었기에,
더 홍반장님에게 배울수 있었으며,
단순히 배움만이 아닌 타일공으로서의 자세,
노동자로서의 마음가짐등.
처음부터 다시 내 마음,
내 태도를 바로 잡을수 있는 계기가 된것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홍반장님의 평탄클립이
최근에 이슈가 된적 있는데,
옆에서 그것때문에 머리아파 하시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홍반장님이 평탄클립에 대해 어떤열정을 갖고 있는지,
왜 굳이 그렇게 힘들어하면서도,
계속 평탄클립에 대한 개발 및 수정에 대해 몰두하고 있는지
지켜보며 알수있었다.
사실 나는 홍반장 평탄클립에 대해 글을 한번 쓰려고 했었다.
옆에서 홍반장님이 평탄클립을 왜 만들게 되었는지,
그리고 최근이슈가 된 문제점에서 홍반장님이 어떻게 다가가는지,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는지.
하지만 그런 글을 쓰게 되면,
되려 홍반장 평탄클립에 대한 광고 및 과대포장 이라고
오해 및 다른시선으로 접근하는 사람도 있을거라 생각했기에,
한참을 생각하다 결국 쓰지 않기로 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오래 같이 일할거라 생각치 못했는데,
뜻밖에 10일 정도 같이 있으면서 이것저것 많이 배웠다.
물론 앞으로 못본다거나 안보거나 하지는 않지만,
같이 일한 요 몇일간 배우고 느낀게 너무 많기에
꼭 감사의 말씀을 따로 기록하고 싶었다.
이 몇일간의 배움은
앞으로 내가 할 타일업무에 큰 영향을 끼칠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이제 또 다른 어딘가에서
이 배운지식이 내게 큰 도움이 되겠지.
홍반장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또 뵙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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