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한 환경
오늘도 조식을 먹고,
커피를 타 이곳저곳 돌리며,
선생님과 깔끔반장님이 작업하실곳을 이곳저곳 쳐다보며
먼저 단도리 해드려야 할곳이 있는지 살펴본다.
항상 그렇지만 화장실공사는 자재 운반만 되어있다면,
데모도가 딱히 할일자체가 그리 많지 않아,
멀뚱멀뚱 혹은 빈둥빈둥 거리기 마련이다.
보통 주택화장실은 좁디 좁은 공간
한.. 3평 에서 4평정도이 되는데.
이런 좁은공간에 두명이서 왔다갔다하면서 작업하느니,
차라리 혼자 이것저것 하는게 걸리적거리지 않고 덜 복잡하고 일하기 편하기 마련이다.
지금 이현장에서 내가 약간 그러는편인데,
항상 선생님과 일하면서 매장일만 주로하다보니,
이런 환경이 익숙하지 않다.
현장에 도착해 청소 및 정리.
그리고 압착통 털고 한통 개고.
타일 박스 뜯어서 어딘가에 세워놓던가 하고.
그리고 가나방을 달고 어느정도 한군데 바닥을 다 붙이고나면,
타일을 옮겨가며 바닥을 계속 붙일수있게 이런저런 잡일(데모도)를 작업하다보니,
쉴틈없이 계속 일하는게 당연하지만.
이곳에서는 기껏해봣자 본드통좀 까서 주고,
타일박스까서 문앞쪽에 쭉 세워놓고.
뭐 타일잘르라는등 이런 일정도면
내가 할일이 딱히 없다.
이래서 화장실공사를 주로하는쪽은
기술자 몇명에 데모도 한명 이런식으로 붙게되기 마련인가보다.
벌써 온지 3일째인데,
사실 여기서 이것저것 곰방도하고 그러긴 하지만,
일거리 찾는것도 일이다.
딱히 내가 있어봤자 할일도 크게 없고,
눈치보이는거 같아 사실 힘들다.
선생님도 불편하다
나 못지 않게 선생님도 지금 이 현장에서 애를 먹고 있으시는거 같다.
선생님은 바닥쪽만 거의 하다시피 하시다보니,
좋지 않은 환경에 벽타일을 붙이려다보니 좀처럼 일의 진척도가 나가지 않는다.
선생님과 깔끔반장님 두분이서 화장실을 나눠서 일하고 있는데,
깔끔반장님이 확실히 일 진척도가 높다.
여지껏 내 블로그를 본 독자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선생님은 어떻게보면 노동판에 흔한 자존심쎄고 성격이 불같은 기술자인데.
이 현장에서 일하시면서 본인도 자신의 작업내용에 만족못하시는지 평소와는 다른모습이셨다.
나와 선생님 둘다 맞지 않은옷을 입은것처럼,
뭔가 이 상황이 불편한것만 같다.
데모도 찾아 삼만리
기본적인 단도리도 끝났고,
어제 한 타일 쿠사비도 금방 뽑아내고.
할일이 금방 사라져,
주변을 이곳저곳 보니 첫날부터 화장실에는 쓰이지 않은 타일이 한곳에 쌓여있길래
혹시나 해서 주점오야지께 여쭤봤다.
“사장님, 혹시 계단도 타일 붙이시는건가요?”
“어, 벽에 붙일거야.”
“네. 그럼 거기도 핀제거 하겠습니다.”
“어 그래.”
후~ 이거라도 일이 있어 다행이네 ㅎ..
게다가 천고높이는 어느정도 있어서.
본드통 한두개 타고 높은곳에서 핀제거해야 하므로 어느정도 시간도 걸리기도 하고.
이거하는 동안만큼은 눈치 안보이네 ㅎㅎ.
“일 좀 해볼까.”
기쁜마음으로(?) 1층부터 본드통을 두고
계단 벽쪽에 있는 핀들을 제거했다.
아무래도 신축이다 보니 핀만 있는것이 아니라,
콘크리트 못, 결속선등도 이곳저곳 박혀있다.
핀이야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거나 해서 망치로 끊어낼수있지만,
못, 결속선등인 불가능하다.
「깡깡 」
‘아 옘병 망치로는 안되네…
안되겠네. 그거 써야겠구만.’
기술의 발전
처음으로 질렀던 연장.
보쉬 충전용 3인치 그라인더를 차에서 꺼내 바로 스위치를 켜 못을 잘라낸다.
「씨씽~ 끼이잉~ 끼이이이」
조금한 그라인더지만 뭐 이정도의 절단은 가능하다.
한손에 착잡히는 그립감.
자기질 타일처럼 단단한 타일을 자르기에는 힘도없고 배터리도 오래가지는 않지만,
이런 못자르고 하는에는 충분하고 아주유용하게 쓰인다.
“이야~ 그거 뭐냐?”
마침 지나가던 주점오야지께서 그라인더를 보시더니 되게 신기하게 쳐다보셨다.
“아. 이거 무선그라인더 입니다.”
“한번 줘봐.”
그라인더를 잡아보시더니
“이야 하하.
야, 무슨 그라인더가 이렇게 조금해? 하하.
이걸로 타일 잘려?”
“네 뭐.. 가벼운 벽타일정도는 괜찮더라고요.”
“하하. 참 세상좋다.
별게 다있네.”
이 그라인더 보시는 기술자들은 다들 놀라곤한다.
하긴 나도 처음에는 놀라웠는데 뭐 ㅎㅎ.
깔끔반장님의 연장자랑
점심을 먹고나서 커피를 타 한잔씩 돌리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야, 내꺼 그라인더 봐라.
스위치 이거.”
신용공구 홈페이지 에서 사진을 퍼왔습니다.
저작권 위반시 사진을 삭제하겠습니다.
(위의 제품이 아니라 비슷한 모양의 제품입니다.)
작업하는 사람들의 그라인더들보면 그라인더의 전기선이 끊어져서
전기테이프로 칭칭 감아쓰거나 하는걸 흔히 볼수있는데,
깔끔반장님의 그라인더는자신이 플러그를
스위치형(똑딱이 방식으로 콘센트에 꽂을때 매우편리한 형태)으로 개조 해놓으신것을 가르키며 자랑하셨다.
“헤헤 죽이지?”
그걸 보자마자
‘… 네. 좋을거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굳이…’
라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이럴때 그런걸 개념없이 표출하면 안되지.
우와~ 이런거 처음봤어요.
와.. 이런게 있구나..
하며 놀라워 했다.
“그치? 이거 되게 좋아.
봐라. 전기선 꼽았다 뺄때 요 것만 딱 눌러주면 톡 빠지잖아. 헤헤”
“그러네요 하하.”
….
….
참고: 포스팅하는 현재시점(180729) 사용하는 그라인더
타일시공하는데 전기선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나는..
어려운일은 오야지가 직접해야 한다
야! 와봐라.
점심 먹고나서 이런저런 일하다가 갑자기 맨 윗층에서 주점오야지가
나를 찾는 목소리로 크게 소리지르신다.
여기 와봐!
“네. 갑니다.”
주점오야지가 있는 맨 윗층으로 올라가니 바닥에 놓여진 타일을 앞에서
머리를 긁적이시며 갸우뚱하셨다.
“네. 사장님.”
“어. 아니 이거 붙일라고 하니까 타일이 조금씩 다르네.”
사진을 잘 보면 무늬가 약간씩 다르다.
“어! 그러내요?”
“아.. 그냥 붙일라고 하니까,
담당자가 오더니 최대한 각각 다르게 붙여달라고 하더라고.
아이씨… 힘들게 몇장 붙였더니만…”
주변을 둘러보니 떼어낸 타일이 몇장 보인다.
“이거 뭐 잘보이지도 않는구만..”
“저희도 간혹 이런거나오면 담당자랑 말해서 그냥 바로옆에 붙지 않게만 해서 붙이는데.”
“그거야 물론 그렇게 하는거지.
후… 일단 저기에 박스 안뜯어 있는 타일도 다 까서 무늬보고 다 따로 바닥에 눕혀놔봐.
이거 뭐 이렇게 겹쳐놓으면 알수나 있겠냐.
그게 그거 같구만.”
“네.”
그렇게 박스채 있던 타일을 다 까놓고,
하나씩 하나씩 다 무늬를 보며 조심조심히 무늬별로 쌓아놓았다.
“사장님, 다 구분해서 놨습니다.”
“어 그래.
야이씨 이거 뭐 어떤건 하나밖에없고 어떤건 세개 있고,
어떻게 하라고.. 에이 참나.”
황당하지만 인테리어 담당자의 요구에
어쩔수없이 최대한 랜덤으로 붙이시는 주점오야지시다.
크기도 크고,
타일 무늬에 각별히 신경써야 되고,
역시 어려운일은 오야지가 직접해야 한다.
작업종료
결국 오늘도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일거리를 찾아내 일을하며 하루를 보냈다.
신축을 들어오다보니 확실히 알게되는건,
역시 이동하는데 힘이들어간다.
엘레베이터도 없고,
이런저런 안전장치등도 없어서,
조심해야 하기도 하고.
되도록이면 안전화 신어야 하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지 많이걸어서 그런지
발도 불편해서 아프고 무릎도 보통때보다 더 아리네.
고생을 했으니 맛있는걸 먹어야지
“들어가겠습니다. 선생님.”
“어 그래.”
항상 그렇듯 종로3가에서 선생님차에 내려 버스타러 가는데,
다리도 조금 아프고 뭔가 힘들게 일한거 같아,
나에게 상을 주려 홍콩반점 들렸다.
“탕수육하고 볶음짬뽕이요.”
일하면서 충분히 땀흘려서 그런지,
땀까지 흘려가며 탕요리 먹기싫어 국물없는 볶음짬뽕으로.
피곤하고 지칠때는 당이 필요하니,
달달하며 부드러운 찹쌀탕수육으로.
이렇게 맛있는 요리를 먹으며
오늘 하루의 모든일정을 무사히 끝낸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