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뭐 먹을래?”
“김치찌개요.”
“아저씬?”
외국반장님은 나를 가르키시면서 「같은거」 라고 표현하신다.
김치찌개는 항상 먹을때마다 느끼지만,
한국인 입맛에 맞는 좋은 식품이라 생각된다.
매일 백반으로 나오는 시래기국같은거 먹다가,
간혹 김치찌개를 먹을수 있을때가 있는데,
이럴때는 정말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나온다.
외국반장님은 우리나라 사람도 아닌데,
밥에 잘 비벼 드신다.
김치찌개를 나보다 더 잘 드시는거 같다.
사실 김치찌개는
외국인들이 좋아하지 않는 요리중에 하나일수도 있다.
맵고 짜고, 김치 특유의 냄새가 나서,
거북할수도 있는데, 반장님은 아무렇지 않게 잘드신다.
난 예전에 2년 가량 중국에서 생활을 했는데,
중국음식을 잘 먹지 못했다.
아애 못먹는건 아니였지만,
요즘 쌀국수때문에 그나마 많이 알려진 고수(썅차이)가 들어가면,
못먹는다.
걸러낸다 해도 냄새가 남아있어 겨우 먹을정도.
고수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도 느끼하거나 해서,
몇가지 요리말고는 아애 쳐다도 안봤다.
이런 음식말고도 문화나 여러가지 풍습등에 의해
「집 나오면 고생 이구나」
라는 말이 실로 체감될수 있을정도였는데,
외국반장님은 여기에 힘든 노동까지 하시면서도
타지 생활의 어려움을 다 잘 받아들이며 열심히 살아가고 계신다.
소중한 누군가
“그래도 아저씨는 우리말 잘하네?”
“하하, 조금 해요.
우리딸 중국말, 한국말 잘하고 우리나라 말도 잘해요 ㅎㅎ.”
외국반장님은 자신만 혼자 타지생활하는게 아니라,
가족 전부 우리나라에서 생활하시는거 같다.
어떻게 보면 혼자나와서 생활하는거보다,
가족 전원이 다른나라에 와서 사는게 더 쉽지 않을텐데..
모르겠다.
부인분께서 한국사람일지도 모르지.
자기 칭찬하는데도,
딸 얘기하면서 좋아하시는거 보면,
가족을 되게 좋아하시고 사랑하시나보다.
내가 할머니한테 하는거 처럼.
이렇게 자신에게 있어 삶에 활력소를 주는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타지생활이든 노가다 생활이든 그 어떤것도 버티고 참아낼수 있다.
작은타일은 싫어
“아저씨는 어제 했던거 메지 넣고,
넌 일단 여기 좀 싹 치워.
그리고 장비 안쓰는거 있으면 입구쪽에 좀 빼놓고.”
밥을 먹고나서
어제 남겨놨던 마루타일 들어갈 자리를
빗자루 들고 와 깨끗히 청소한다.
그리고 이것저것 널부러진 자재나 장비들을 옆타일쪽에 올려 놓고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사이즈가 작아 1평 붙이는데도 꾀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이곳저곳 함빠넣을곳이 은근히 많아,
재고 재단하는데도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아우 난 이래서 이게 싫어.
이거 쪼물딱 쪼물딱 거려서 언제 끝내.
이거 하루 죙일해봤자 얼마 붙이지도 못해.”
선생님이 화장실이나 주방등,
200각 300각 등 작은 타일작업하실때 항상 말버릇처럼 하시는 말씀이시다.
600각짜리 바닥 한번으로 치면 8장만 깔면 1평이지만,
이런 작은 타일들은 몇십장을 깔아야 1평이다.
그만큼 품이 많이 들어가 시간은 시간대로 잡아먹고,
힘은 힘대로 든다.
게다가 신경써줘야 할것은 더 많고.
나도 옆에서 데모도하지만,
확실히 600각 이나 그 이상의 타일할때와
이런 작은타일들 할때 작업진행속도가 다르다.
하지만 역시 작은게 더 이쁘기에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작은 타일을 더 선호하시겠지.
게다가 오늘은 한면이 사선으로 되어있어,
끝에 모서리쪽을 하나하나 다 일일이 재가면서 재단해야 한다.
보통 벽이나 문쪽 틈새등에 다각으로 각진곳을 재단하는거야
몇군데만 재면 되지만,
사선으로 되어있는곳은 하나씩 다 일일이 재줘야 하기에,
작업하는 사람도 피곤하고 일도 더디다.
“바닥 안되겠다 이거.
저기 레미탈좀 갖고와서 부어.”
마루타일은 압착시멘트 양을 얇게 줘야 하기에,
바닥상태가 고르지 못하면 무조건 미장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 현장에서도 바닥상태는 그리 양호하지 못했다.
결국 마루타일 붙이는 부분은
전부 바닥을 한번씩 다 폈다.
가뜩이나 이거 자르고 붙이는데도 시간 걸리는데,
바닥까지 잡아야 하고…
정말 여러가지로 피곤하게 하는 마루타일이다.
헤링본 해봤어요?
인테리어 담당자분께서 목수반장님과
벽에 만들어놓으신 헤링본패턴을 보시곤 이것저것 얘기를 하셨다.
“후.. 참나..”
얘기가 끝나시고 목수반장님은 한숨을 푹쉬며,
주머니에 있던 담배 한까치를 꺼내 피시더니 피식 웃으셨다.
그리고 나를 보시더니,
“혹시 헤링본 해봣어요?”
“아니요.”
“허 참..
난 1mm 같다가 뭐라고 하는사람은 처음봤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인테리어 담당자분은 양쪽 끝에 면이 함빠없이 똑같이 떨어져야 한다고 하셨는데,
목수반장님은 이 틀의 크기자체가 그렇게 잡을수 없는거라서
어쩔수 없이 했다고 하신모양이다.
사실 난 헤링본은 타일이나, 마루 하는사람들만 하는줄 알았는데,
목수도 이렇게 헤링본패턴으로 작업하는게 있는줄은 처음 알았다.
‘역시 이래서 내장목수가 쉽지 않다는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뜻보면 타일같이 생겼는데, 만져보니까 조금 느낌이 달랐다.
목재 비스무리한 느낌이 들었는데,
왠만한 타일보다 더 이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방에 다 묻혀놓네
마루타일까지 다 붙이고,
이제 벽타일을 시작했다.
“이제 기둥쪽에 붙여야 하니까,
저기 옆에 타일 까놓고 그라인더랑 다 이리 가져와.”
“네”
드디어 벽타일을 시작하게 되니,
이제 정말 이 현장일이 끝나간다는게 느껴졌다.
“이거 기둥에 붙어있는거 다 때내고 해야 하니까,
그것좀 때놔. “
“네.”
전에는 그냥 이 기둥에 간단한 전단포스터나 액자등을 붙여 놨었는지,
양면테이프 비스무리한게 몇군데 씩 있어서,
헤라로 다 때네고 깔끔하게 시작했다.
“반장(원래타일 크기의 반) 재서 여유롭게 잘라놓고,
잠깐만…”
선생님은 함빠부분을 재시더니
“일단 이거부터 잘라주고 반장 잘라라.”
“네.”
선생님이 그려주신 타일 잘른후,
벽을 보면서 대략 반장 들어갈 타일 자리를 세어보고 잘라드렸다.
그리고 타일을 건네드리면서 평소 했던대로 옆에서 보조 역할을 하였다.
“너 저기 가서 본드통에 물받아서 스폰지로 붙인곳닦아.
이거 마르면 안 닦이니까, 굳기 전에 닦아놔야 돼.”
압착시멘트로 바닥타일을 깔때도 그렇고,
본드로 벽타일 붙일때도 그렇고,
항상 붙일때는 깔끔하게 붙이는게 중요하다.
그래야 손이 덜가고 작업속도도 빠르다.
선생님은 더럽히면서 일하시는걸 상당히 싫어하시는 타입이라,
깔끔히 작업하시는 편이다.
“장갑끼고 하면 본드 묻은줄 몰라.”
선생님께서는 작업하실때 특히 본드바리(본드로 타일을 붙이는작업)하실때는 무조건 맨손으로 작업하신다.
“너 그거봐라.
그렇게 장갑이 여기저기 묻히니까,
타일에 다 묻잖아.
사방에 다 묻혀놨네.
에휴”
장갑끼고 고데로 벽에 본드 바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고데 손잡이쪽이나 장갑에 본드가 묻는데,
맨손이 아니라서 감각이 없어 묻은줄 모른다.
그렇게 타일 만지다 보면 타일에 이곳저곳 본드가 묻고,
그거 다시 다 딱아내려고
항상 뒤치닥 거리하다 선생님께 꾀 쓴소리를 듣는다.
그래서 나도 요즘은 맨손으로 작업한다.
저기 구멍 왜 있어요?
“사장님 죄송한데,
벽 저쯤(빨간 점선)에 구멍 내놓은게 있는데,
위치를 알아야 하거든요.
아까 깜빡하고 체크를 안해놨네.
타일 좀 까주실수 있으세요?”
“알았어요.
너 저쪽 좀 까서 구멍 어딨는지 봐봐.”
“네.”
인테리어 담당자분이 가르쳐준 위치쯤에 타일을 몇개까보니,
구멍이 보였다.
(빨간 화살표 처럼 기둥에 구멍이 나있었음)
“아, 저기였구나.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선생님 인테리어 담당자분 확인 하셨습니다.
다시 붙여놓겠습니다.”
“어”
다시 떼냈던 타일을 붙이고,
구멍난 부분을 재서 타일에 구멍을 내 다시 붙였다.
그리고 선생님 옆에서 다시 한참 일하고 있는데,
인테리어 담당자분이 벽을 보시면서
“어!?”
“?”
“반장님, 저기 구멍 왜 있어요?”
“아까 구멍내셔야 해서 뜯어보신거 아니였어요?”
“아니요.
그냥 구멍위치만 확인해보려고 한거였는데.”
“아, 그러셨어요.
죄송합니다.
바로 다시 붙일께요.”
“야, 시키지도 않는데 왜 구멍내냐?
으이구!”
깔끔하게 그냥 끝내나 했더니 역시 한소리 들었다. ㅎㅎ
앞으로는 인테리어 담당자분의 말씀을 잘듣고
작업을 해야 한다는것을 깨달았다. ㅎㅎ
작업종료
기둥까지 작업을 다 해놓고 싶었지만,
오늘 마루타일까는시간이 꾀 걸려서
결국 기둥 두개중에 하나는 작업을 못한채로 작업이 종료 되었다.
나머지 기둥은 이 현장 오야지와 외국반장님께서
직접 작업하신다고 하셨다.
작업이 끝날때쯤되니 간판이나, 내부 신발 올려놓은 가구등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 완료된걸 보니
ABC-MART 라는 목수반장님과 네온팀분들의 합작품이 멋져서
한컷 찍어놨다.
으음 끝에서 보니 멋지구만 ㅎㅎ.
“연장 잊은거 없나 잘봐봐.”
“네, 선생님.
제가 한번 여기저기 쭉 둘러보겠습니다.”
항상 그렇듯 모든작업이 완료되고 혹시나 잊은게 없는지,
매장 전체를 구석구석 이곳저곳 살펴본다.
“없습니다.”
“어 가자.”
작은게 이쁘긴 이뻐
마루타일 메지까지 넣고 찍은 모습이다.
(밑에 외국반장님 메지 넣다가 한줄 빼먹으셧나보다.
이것도 나중에 다시 넣으셨는데,
그때 사진찍어놓을껄 없어서 일단 이걸로.. ㅎㅎ)
확실히 작은타일이 이쁘긴 하다.
600각짜리 바닥타일만 보다가
마루타일 길쭉한거 보니 뭔가 이렇게 저렇게 메지가 들어가 있는게
이뻐 보인다.
바닥청소 깔끔히 하고 찍어놓으면 더 이뻣을텐데.
앞으로는 이런 작은타일들도 많이 해봣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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