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일 나오시죠?
어제 저녁 포스팅 작성하는 도중 모르는 전화번호가 왔길래 일단 받았다.
“누구세요?”
“네, 인력소예요. 내일도 일 나오시죠?”
“네, 그러려고요.”
“네, 내일 하시는일은 어제 하신거 보다 편해요.
두군데가 있는데,
음… 내일 오시면 정해질거 같아요.”
“네, 혹시 내일 할일 아시바 타나요? 그것만 아니면 상관없는데”
“하하. 안 타요. 걱정안하셔도 되고, 내일뵈요”
전에 인력소는 데마맞을까 인력소가는길부터 걱정했었는데,
여기는 되려 출근여부를 직접 물어본다.
‘진작 인력소 옮길껄. 그럼 데마도 안맞고 훨씬 좋았는데..’
라곤 생각하지만 그래도 지금 이렇게 일할수 있다는것에 만족하고,
내일 또 일하러 간다는 생각에 한숨 돌렸다.
저 분 따라가시면 되요
새벽 5시를 살짝 넘긴시간.
일하는거 확정되었다고 늦게 가거나 늦장피우며 가는건 아니라고 생각되서,
항상 인력소 나오는 시간에 맞춰 나왔다.
아메리카노나 한잔 뽑아서 마시면서 갈까 했는데,
그렇게 하면 5시 20분정도는 될거 같아 그냥 안마시고 바로 직행했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소장님은 웃으면서 날 반겨주신다.
이 인력소에 아는사람도 없어서 좀 어색하긴 한데,
이렇게 대해주시니 뭔가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커피 한잔 마셔야지?”
“아, 괜찮”
“아니야, 마셔마셔 율무? 커피?”
“죄송한데, 그럼 커피 부탁드립니다.”
떨떠름한 믹스커피.
아직까지는 아메리카노가 더 좋고 맛있다.
그렇게 훌쩍훌쩍 커피 다 마시고 날때즈음,
나와 나이차이가 크게는 나지 않을법한 형님뻘 사람이 들어왔다.
“아, 오셨네. 이 분 따라가시면 돼요.”
소장님의 말씀에 방금 막 들어온 사람을 따라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비상등 켜져있는 상태로 세워져있는 승용차를 가르키며
“저 차 타시면 돼요.”
“네.”
막상 차를 타보니 나만 있는게 아니라,
이미 보조석에 이미 한사람이 타고 있었다.
시스템 비계 해봣어요?
네비를 찍고 출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데 일단은 승용차로 편하게 목적지까지 간다는 사실에 편하게 몸을 맡겨본다.
출발하고 얼마 안돼서 「나이가 어떻게 돼냐」 등 기본적인거 몇가지를 물어보시더니
“시스템 비계 해봤어요?”
“아니요. 그건 안해봤습니다.”
“아, 여기 인력소 다닌지 얼마나 됐어요?”
“오늘이 이틀째입니다.”
“그랬구나, 그럼 혹시 다른데서 무슨일 해봤어요?”
“실은 이 인력소 말고 저쪽에 다른 인력소에서 한달정도 자재정리 하다가 옮긴겁니다.
요즘은 인력소는 안다니고,
기술배울려고 타일 조공으로 오야지따라서 다니고 있는중인데,
최근에 일이 없어서 인력소 다시 다니는거고요.”
“그럼 폼올리고 바라시 치고 이런쪽 했었나보네,
우리는 시스템 비계예요.”
“시스템 비계라고 하시면 아시바 타는거 아닌가요?”
“아, 아시바랑은 달라요. 우리는 안전해요.
그건 위험하잖아요.
그리고 여기 인력소는 시스템 비계쪽 일이 대부분이예요.”
여태까지 시스템 비계는 아시바타는건줄 알았는데,
또 다른게 있나보다.
아시바는 아니지만 그런비슷한거라고 하는거 같은데,
그래봤자 비슷하면 높은곳 올라가는거고.
‘아 오늘 정말 재수없게 제대로 걸렸다.’
생각하고 작업장 가는길까지 이런저런 잡담하면서 갔다.
잡담하다 알게되었는데 이분이 지금 인력소에 용역 고용한 회사의 사장님이시다.
즉 이분이 오늘 반장이신거다.
갈길이 멀어서 그런지 인력소에서 직접 인부 픽업해올라고 인력소까지 들린거였다.
색다른 작업현장
오늘 작업할 장소는 동탄에 위치한 신축현장이다.
허허. 서울 에서 동탄까지 오는길만해도 1시간이 훌쩍 넘는다.
아침밥을 먹고 현장을 가보니 이미 자재차량과 장비차가 와있다.
저 장비차 이름을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여튼 꾀 크다.
여기 도착할때 좁은 골목에서 커브틀고 와야 하는데,
저 차로 어떻게 그 골목길 커브를 돌았는지
저런거 운전하는것도 기술이다.
기계화
“우리는 들고날르고 안해요.
그냥 차 불러서 다 실어 옮기고 그러거든요.
편하죠? “
자재차량에서 자재를 끈으로 묶고
장비차 기사님이 주신 무전기를 들고 반장님은 기사님과 서로 얘기하면서 물건을 실어옮긴다.
“네, 왼쪽 더 왼쪽.”
“잠깐 대기, 네 놓으세요.”
“올리고.”
이렇게 무전기를 통해 무거운 짐등을 간단하게 옮길수 있다.
이게 노가다판의 기계화중 하나다.
물건을 위치에 맞게 내리고, 조여진 클립(?)을 바로 푼다.
그리고 다시 싸인을 보내서 다시 자재차량에서 물건싣고 또 옮기고..
이 물건들 다 곰방이나 몇명이서 받아치기 한다고 했으면 짜증 좀 났을거다.
저거 물건 옮기는것만해도 잡부 2,3명 정도는 필요할거다.
시스템 비계 작업시작
역시 아시바 타는일이다.
하지만 나야 오늘 처음이기도 하고,
반장님도 계시고 또 다른 한명도 있으니,
난 옆에서 물건만 날라주면 되서 딱히 무섭거나 하는건 없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아시바에 대한 거부감이 있기에 만약 타라고 하면 좀 그렇다. ㅎㅎ
“그래도 이건 아시바랑 다르게 안전해요.”
라고 반장님이 말씀하셨는데, 확실히 파이프 생긴게 이전 우이동 현장과는 많이 다르다.
듣기로는 이 시스템비계는 정부에서 70% 비용부담을 해준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골조 현장에서 기존 아시바시스템을 쓰지 않고,
이 새로운방식의 시스템을 적극채용하는거 같다.
사실 난 아시바에는 관심이 없어서,
잘 몰랐지만 오늘 현장나온덕분에 많이 알게 되었다.
발판의 갯수에 따라 조립
오늘 내가 주로 한일은 구성된 구조를 보면서 층을 쌓아 올리는데, 발판이나, 조립대를 갯수에 맞게 날르는거다.
우선 주주라고 불리우는 지탱해주는 녀석을 올라가게 될 층의 사이즈에 맞게 꽂고, 그후 발판과 조립봉을 옮겨 조립한다.
윗윗사진 빨간색 화살표에는 한칸에 두개의 발판이 있으며,
파란색 화살표에는 한칸에 한개의 발판이 있다.
발판이 놓여진 갯수에 따라 1800mm, 900mm, 600mm 조립대를 조립할 갯수가 다르다.
그래서 이렇게 놓여질 발판자리에 조립봉과 발판을 세워놓으면 반장님이 끼워 맞추신다.
“600, 7,8개 정도 더 필요해요”
“네, 600, 8개 가져가겠습니다.”
이렇게 도중에 더 필요한 물건 있으면 원하는물건을 갖고 날라드리면 된다.
형틀 목수분들이 하는거 였구나
원래는 시스템비계 작업할때는 시스템비계팀만 와서 따로 작업한다고 하는데,
스케줄이 꼬여서 형틀목수분들이랑 같이 작업하게 되었다.
그래서 형틀목수분들 일하는걸 보게 되었는데,
예전에 내가 자재정리하러 다닐때 하던 일을 하고 계셨다.
그라인더로 목재 자르다가도
“야! 이거 파이프 받어.”
하면서 올리고 받고.
알고보니 이런일도 형틀목수가 하는일이였다.
폼나르고, 사포도 나르고, 오비키, 다루키 줏어 나르고..
“이거 원래 자재정리 하는사람들 시켜서 하는거 아닌가요?”
“에이, 그건 큰현장이나 그렇게 사람불러서쓰는거지.
이건 한동 짓는거라 그렇게 못해요. 목수가 직접해야죠.”
하긴 생각해보니, 자재정리하다가도 바쁠때는 목수분들이 직접 폼 날르거나, 도와주시곤 하셨다.
그리고 몰랐는데, 골조현장 에서도 먹줄을 튕긴다.
난 타일할때나 먹줄 튕겨서 중심잡고 하는줄 알았더니,
형틀목수쪽도 똑같이 먹줄 튕긴다는 사실에 놀랬다.
왜 타일해요?
“좀 쉬시면서 하세요.”
“아녜요, 저것만 옮겨놓고 쉴께요.”
편의점에서 사온 빵과 음료수를 들고온 같이 일하는 분이
땀 뻘뻘흘리는 내모습을 보고 안스러운듯이 말했다.
하나 남은 발판까지 다 옮긴후에야 바닥에 털석앉아 음료를 벌컥벌컥 마시면서 쉬었다.
“담배 펴요?”
“아뇨. 전 안핍니다.”
반장님은 담배를 태우시면서 물으셨다.
“근데 왜 타일해요?”
“음.. 처음에는 페이가 쎄다고 해서 할려고 한것도 있었고,
이왕 노가다 한번 해본거 「제일 빡센거 한번 해봐야 포기하고 다른걸 해도 그나마 쉽지 않을까」해서 했어요.
듣기로는 타일이 노가다중에서 상당히 힘든쪽에 속한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막상해보니까 할만도 하고,
타일 다붙이고 나서 보면 되게 이쁘더라고요 멋지기도 하고.
그래서 보람도 있고 해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이거 시스템비계도 조립 다 해놓고 나면 되게 멋있어요. ㅎ”
“그러시군요. ㅎ”
시스템비계 사람 안뽑아요?
이렇게 잡담하던 도중 형님정도 되는 형틀목수 기공 분이 오셔서
“우와. 죽겠네. 반장님 혹시 시스템비계 사람 안뽑아요?
나 좀 뽑아주세요.”
“ㅎㅎ 왜요?”
“아 힘들어서 못하겠어요. 날르고 뭐하고… 아우.. 힘들어힘들어.
딴일 하던가 해야지 에휴”
그러시면서 쭈그려 앉아 담배를 꺼내 맛있게 피셨다.
나는 전망좋다고 하는 내장목수가 궁금해서
“그럼 내장목수를 해보시는건 어떠세요?”
“내장목수요? ㅎ “
하면서 내 질문에 형틀목수 기공분은 바로 손사레를 치셨다.
“그거 일 없어요.
한달에 20일하면 진짜 많이 일한게 내장목수예요.”
“어? 저희 아버지 친구분께서 내장목수신데 일 많다고 하시는거 같던데..
그래서 저한테 타일 관두고 내장목수하라고 지금 엄청 쪼으시거든요.”
“아니예요. 아니야. 일 없어요 그거.”
의외였다.
내 주변에 내장목수를 하려고 하는사람들이 있어 나도 인터넷 검색을 해봤는데, 내장목수가 전망도 좋고…
실제로 알아보니 전혀달랐다.
골조현장과 인테리어현장
놀라던참에 반장님이
“내장목수, 대리석, 타일 이 세게는 돈 떼이기 쉬워요.
내 주변에도 타일하는 애 있었는데, 돈 떼이고 그러니까 결국 관뒀어요.”
“타일은 제가 지금 선생님이랑 일해서 대충 상황 알거든요.
선생님도 그런부분 힘들어하시고,
다른분들도 그런피해를 많이 보는거 같던데.
근데 내장목수, 대리석도 그런가요?”
“똑같아요.
왜냐면 봐봐요. 우리는 지금 골조현장이예요.
공사를 시작하는단계.
그래서 회사에 돈이 많아요. 이때는.
그러니까 결제가 딱딱 들어와요.
시스템 비계, 그리고 저기 형틀, 뭐 철근 이런 골조현장에 투입되는 쪽은 돈 떼일 일이 없어요.
근데 막상 마무리단계인 인테리어.
타일이나, 내장목수, 대리석 이때는 이미 회사에서 돈을 다쓰고 돈이 없을때예요. 그러니까 인건비네 자재비 막 후려치고 안주고 그러는거예요.”
“대리석도 마무리단계에 들어가는거군요.”
“그럼요, 그것도 다 때여요.
난 타일을 안해봐서 그런지 몰라도, 타일이 그렇게 좋은건가..“
“저는 재밌습니다.”
“페이가 쎄다는건 알고 있는데, 얼마나 버나요?
여기도 월천씩 뽑아가는 사람있고 그래요.”
“…”
“그리고 우리같은 경우는 국가에서 70% 지원해주니까 뭐 때일일이 더 없죠. 일도 많아죽겠어요.
우린 좀 쉬고 싶어요 진짜”
사람마다 다 상황이 다르기에 반장님이나 형틀목수기공이 말씀하신것이 다 맞는건 아닐수도 있지만,
잡담을 하면서 현실적으로 와닿는 부분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안좋게 된 케이스를 본적이 있어,
더욱 더 신뢰가 갔다.
유럽풍 신도시
동탄 신도시 답게 음식점 배치도 그렇고, 주차도 그렇고 되게 세련되있다.
이런곳에서 노가다뛰고 점심을 먹으려니 뭔가 좀 아이러니 했다. ㅎㅎ
이런 마음가짐은 빨리 버려야 되는데 뭐랄까, 이런곳은
‘데이트할때나 와서 먹어야지’
라는 고정관념때문에 뭔가 선뜻 밥먹으러 가기 이상하다.
두개는 부대찌개인가? 하는거였고 하나는 까르보나라다. ㅎㅎㅎ
노가다 점심으로 까르보나라 먹는건 처음이고 앞으로도 없을거 같아 재밌어서 찍어둠 ㅎ.
물론 내가 먹은게 아니라 같이 일한사람이 시켜먹은거다.
일 해보니까 어때요?
“일 해보니까 어때요?”
“네, 잘해주시고 잘 알려주셔서,
덕분에 편하고 재밌게 일하는거 같습니다.”
“혹시 우리쪽 같이 일해볼 의향 있나요?”
“죄송합니다만,
전 지금 타일 배우고 있는중이고,
타일하려고 노가다판 들어온거라서요.”
“타일이 그렇게 좋은게 있나요?”
“해보니까 재미도 있고, 뭐 그러더라고요 ㅎㅎ.”
시스템 비계쪽도 사람이 없긴 없나보다.
이쪽은 정말 높은것만 안무서워 하면 괜찮을거 같다.
일도 많고,
반장님 말씀대로 돈떼일일도 없으니,
나중에 오야지되면 돈때문에 걱정할일도 없을테고.
나야 타일도 하고있고, 아시바를 무서워하는것도 있고..
시스템 비계보단 타일을 하고싶다.
주민에게서 오는 클레임은 절대적
밥도 맛있게 먹고 작업을 재개 했다.
반장님이 설계도면 보시면서 더 조립해서 올려야 할 부분 이 있어,
계속 물건을 실어 날라 드렸다.
“이 옆집에서 클레임 와서 망을 쳐야돼요.
이제 이쪽부분도 다 했으니까 망 잘라서 반생으로 묶으면 될거 같아요.”
옆집에서 공사현장때문에 시끄럽고 파편같은거 튀어 건물에 손상일으킬까봐 주의를 준모양이다.
그래서 같이 일하는 분과 함께 망을 인도 바닥에 쭈욱 펴놓고 재단했다.
3만원 정도요
반장님은 나에게 맞춰보라고
“이거 망 얼마나 할꺼 같아요?”
“글쎄요.. 한 3만원 정도요? ”
“ㅎㅎㅎ 3만원요? 이거 50만원이예요!”
“이게요? 아니무슨 뭘로 만들었길래 이게 50만원이나..”
저거 한롤이 50만원이다..
대체 뭘로 어떻게 만들었길래 저거 한롤에 50만원이나 하냐..
반생작업
한 사람은 재단된 망을 잡으면서 옆으로 이동하고, 한사람은 반생을 묶는다.
고작 이 반생이 작업으로 이 망이 안 떨어져 나간다는게 좀 신기하다.
아무리 봐도 바람좀 쎄게 불면 훅 날라갈거 같은데..
뭐 50만원짜리 고급 이니까 ㅎㅎ
바람도 알아서 잘 막겠지. 50만원짜리 고급 이니까 ㅎㅎ
위 아래 겹치는 망에도 반생 작업을 해서 단단하게 묶어준다.
사진처럼 가운데가 울어서 나오면
그 부분도 반생질을 꼼꼼히 해줘서 울지 않도록 하는게 포인트다.
작업 끝
오늘은 처음으로 시스템비계 작업을 해봣다.
아시바 타는거라서 살짝 겁나긴 했지만,
그래도 생각만큼 높거나 위험한 작업이 없어서,
아무 문제 사고 없이 끝낼수 있어 좋았다.
퇴근전에 반장님께서 혹시라도 다시 생각 바뀌면 연락달라고 했는데,
일을 잘한것도 아닌데 제안을 해주셔서 감사했다.
내일은 오랫만에 타일하러 가는데 빨리 씻고 자야겠다.
동바리하지마
•3년 이전
엄청나게 힘들고 위험하고 사고확율 높음 겨울 여름 솔찍히 하루30만원 줘도 안하고 싶음 특히 더운날은 100만원줘도 난 안함 몸상하고 날더운날 해보면 초보 13 14 15만원 받고 그냥 차라리 돈적게 받고 편하게 하는일이 훨 낮습니다 왜 안할려고 하는지는 일해비에 초짜들 돈 너무 적게줌